'리팩터링'과 '리팩토링'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리팩터링'과 '리팩토링'

강중빈 이사님이 번역하신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책거리에 초대받아 출판사에 갔었다. 출판사 분들과 함께 책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외래어 한글 표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처음 번역한 '리팩토링'의 표기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refactoring을 한글로 옮길 때 '리팩토링'으로 표기했다. 별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refactoring을 '리팩토링'이라고 읽었고 그렇게 적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refactoring' 철자도 'o'로 되어 있으니 한글로 적을 때도 'ㅗ'로 적는게 맞다는 생각도 했다. 그 때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사전을 찾아 발음 기호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책을 작업하면서 'directory'를 '디렉토리'로 표기했는데, 출판사에서 '디렉터리'가 맞다고 알려주면서 혼동이 시작됐다. 나는 원고를 쓸 때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성미라 '디렉토리'가 맞다고 우겼지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디렉터리'로 표기되어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는 이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번역을 하면서 올바른 표기법을 쓰고 싶은 것은 역자로서 당연한 욕심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디렉토리'로 쓰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다른 단어들을 살펴보았다. 국어사전에 나온 외래어 표기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단어표기법1표기법2
directory디렉토리디렉터리
refactoring리팩토링리팩터링
factory팩토리?팩터리?
tutor튜토? (이건 아니다)튜터
singleton싱글톤? (음... 왠지 촌스러운 느낌)싱글턴 또는 싱글튼
Newton (사람 이름)뉴톤? (이것도 아닌 듯)뉴턴 또는 뉴튼

이렇게 몇몇 단어를 한글로 적어보니 알파벳 'o'가 들어간다고 해서 한글로 무조건 'ㅗ'로 적는 것은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영어 단어의 발음기호를 확인해보니 'ㅗ'로 적는 것보다는 'ㅓ'로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디렉터리'와 마찬가지로 '리팩토링'도 '리팩터링'으로 바꾸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디렉터리'로 표기하는 게 맞다면 '리팩터링'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출판사에 말했다. 그 이후 다른 책을 작업할 때나 글을 쓸 때 '리팩터링'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리팩토링'으로 기운 듯 하다. 구글에서 '리팩토링'으로 검색하면 2백만 건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만 '리팩터링'으로 검색하면 고작 1만 건 정도의 결과가 나올 뿐이다.

사람들은 내 생각과 달리 '리팩토링'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리팩터링에 관한 최초의 번역서가 '리팩토링'으로 표기됐기 때문에 그냥 '리팩토링'이라고 쓰는 것일까? 내가 처음 번역할 때 '리팩토링'이 아닌 '리팩터링'으로 표기했다면 지금과 결과가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