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1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불운 1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여러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설명하기도 쉽지가 않지만, 두 가지 핵심 축은 휴대폰과 자동차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휴대폰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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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쯤 아내가 길퍼드에 갔다가 휴대폰을 분실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잃어버린 곳으로 의심되는 주차장에 다시 가서 찾아 봤지만 허사였다.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사용하는 만큼 차감하는 방식인 PAYG(Pay As You Go)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20파운드나 충전한 상태에서 잃어버려서 더욱 짜증이 났다. 은행에 전화해 휴대폰과 함께 잃어버린 신용카드와 현금카드를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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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새 휴대폰을 사러 동네에 있는 카폰웨어하우스(Carphone Warehouse)란 곳에 갔다. 매장을 둘러보니 휴대폰 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취급했다. 인터넷은 스카이(Sky) 브로드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첫 해는 할인이 적용되어 17파운드만 냈지만 이제 1년이 지나 27파운드를 내야 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생각되어 다른 업체로 바꾸려 하던 참이었다.

점원 말로는 스카이에 다시 가입하면 할인이 적용된 17파운드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편법이 통한다니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 싶었지만 된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휴대폰은 2년 약정으로 구입하려 했는데, 아내 신용도가 낮아 구매할 수가 없었다. 영국에서 아내 이름으로 금융 거래 실적이 없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내 이름으로 다시 시도해 봤지만 역시 거부되었다. 그깟 휴대폰 하나 구입하는데 신용도가 낮아 안 된다니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동안 머리 아프게 하던 인터넷 문제를 해결했으니 완전 헛걸음은 아니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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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생각보다 시스템이 허술하지 않았다. 월요일에 바로 전화가 왔는데, 나는 기존 고객이기 때문에 새로 가입하는 것이 거부되었다고 했다. 대신 토크토크(TalkTalk) 텔레마케터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도 카폰웨어하우스에서 인터넷 계약할 때 입력한 개인정보를 토크토크에 공유한 것 같다. 내가 개인정보를 공유해도 된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튼, 요금이 월 22.95파운드로 한달에 4파운드 정도 절약할 수 있는데 옮길 생각 없냐고 물었다. 스카이처럼 처음에 별도 비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요금도 줄어드는데 안 옮길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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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좀더 알아보니 언락폰을 사고 SIM을 따로 구입하는 게 좀더 저렴하단다. 아마존에서 언락폰을 찾아 주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쓰리(Three) 홈페이지에 찾아보니 상담원에게 채팅으로 문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상담원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기존 번호 및 충전 금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SIM을 새로 보내준다고 한다.

조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휴대폰이 도착했다. 새로 받은 SIM을 끼우니 통화도 잘 되었고 충전했던 금액도 모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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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좋은 정보를 얻었다. 버진미디어(Virgin Media)에서 월 9파운드에 통화 무제한, 텍스트 무제한, 데이터 2GB란 괜찮은 조건으로 SIM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원래는 한 달에 1GB만 주는데 1월말까지는 행사로 2GB를 준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사용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아내가 불만이 많았는데, 이 기회에 바꿔주는 게 좋겠다 싶어 주문했다. 친절하게 SIM을 새로 보내준 쓰리에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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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뉴몰든 근방에서 아내 전화가 먹통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통화권 이탈이 대단한 일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 휴대폰은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먹통이었다. 생각해보니 아내도 나도 같은 통신사를 쓰는데 아내 휴대폰만 안 되는 게 이상했다.

다행히 동네에 쓰리 대리점이 있어 가서 물어봤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돼서였는지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몇 가지 설정을 조작해보더니 안 된다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란다. 아내 휴대폰은 네트워크에 등록이 안 되는 상태였다. 휴대폰 화면에 표시되는 안테나 상태로 봐서 신호를 잡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전화도 안 되고 문제 메시지도 보낼 수 없었다. 와이파이만 사용할 수 있었다.

새로 주문한 버진 미디어 SIM이 도착해서 새 SIM을 휴대폰에 넣어 봤지만 여전히 동작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휴대폰은 산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새 것이었기 때문에 휴대폰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리점은 모두 문을 닫았고 통신사 전화상담 시간도 모두 지난 일요일 저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혹시나 하고 계속 네트워크 등록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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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토크토크 인터넷 사용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토크토크 라우터 상자에 2월 6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전화가 불통이라 아내와 연락하려면 와이파이를 통해야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와이파이 설정을 마쳐놓고 출근하는게 좋겠다 싶어 새벽 5시에 일어나 스카이 라우터를 토크토크 라우터로 바꿨다.

이제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스카이 라우터를 연결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토크토크에서 온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2월 6일 밤까지 라인 활성화 작업을 마칠테니 저녁이나 다음날 라우터를 연결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 있었다. 젠장, 애초에 2월 7일부터 쓰라고 하든가! 스카이는 전날 저녁부터 사용할 수 있었는데.

게다가 아내가 몸살이 났는지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휴대폰과 인터넷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아내 대신 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줘야 했기에 휴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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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나서 아내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인터넷으로 삼성 휴대폰 대리점을 찾아봤더니 동네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삼성 휴대폰을 전문으로 파는 대리점 같지는 않았다. 전날 방문했던 통신사 대리점에 다시 가기도 좀 망설여졌다.

근처에 버진미디어 부스를 봤던 생각이 나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줄테니 통화하라고 했다. 고객센터 상담원과 한참을 통화했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점원이 수화기를 가로채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

말하는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는 버진미디어 브로드밴드를 영업하는 부스다. 그런데 SIM이 잘못되어 여길 찾아오는 고객이 하루에 10명도 넘는다. 너희 어떻게 일하는 거냐? 빨리 이 고객에게 새 SIM을 보내라...' 결국 상담원이 다음날까지 새 SIM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 점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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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생각에는 SIM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잘 동작하던 이전 통신사 SIM을 넣어도 새로 받은 SIM을 넣어도 통화가 안 됐다. 전날 방문했던 통신사 대리점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매장 안에는 전날과 다른 사람이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SIM 문제인지 확인을 부탁했더니 그 점원은 자기 휴대폰에서 SIM을 꺼내 넣어서 테스트를 해 주었다. 그리고 명확히 결론이 났다. 휴대폰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휴대폰을 새로 산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자 그 점원은 환불을 요청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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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보니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신 상태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인터넷을 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아마존에 환불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다행히 아마존에는 상담원에게 채팅으로 문의할 수 있다. 상담원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주면서 48시간 내로 휴대폰 판매 업체가 연락을 취할 것이라 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기다리냐며 투덜거렸더니 최대가 그렇고 보통은 몇 시간 내로 연락이 갈 것이라 답했다.

다행히 업체로부터 금방 연락이 왔다.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었고 다음 날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휴대폰 판매 업체가 네트워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휴대폰을 반송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반송도 귀찮은 일이고 새 휴대폰을 받을 때까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짜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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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자동차 정비소에 가야 했기에 또 휴가를 냈다. 휴대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구입한지 한 달도 안 된 폰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 동일한 모델 재고가 없다고 해서 환불을 요청했다.

휴대폰을 반송하면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반송하면 되는지 물었다. 답이 없었다.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아마 퇴근 시간이 다 돼서 그런 모양라 생각하고 다음날까지 시간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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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가 되도록 휴대폰 업체로부터 응답이 없었다. 짜증나서 다시 아마존에 연락했다. 상담원이 내 대신 A-Z 클레임을 걸었다. 그러자 휴대폰 판매 업체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반송과 A-Z 클레임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클레임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두 번에 걸친 질문에 업체가 제대로 답하지 않았기에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환불 받을 때까지 클레임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메일에 답장을 다 했는데 왜 클레임을 걸었냐며 내게 따졌다. 내가 보낸 마지막 두 질문에 답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지만 자기네는 내 질문에 모두 성실하게 답했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반송 주소를 받아 휴대폰을 포장해 반송했다. 반송하고 나서 보니 충전기를 함께 보내지 않았다. 젠장, 왜 이렇게 자꾸 일이 꼬이지! 그냥 아무말 없이 전액 환불해줄지, 충전기를 보낼때까지 환불을 보류하겠다고 버틸지 알 수 없었다. 보통때 같으면 메일을 보내 '실수로 충전기를 빠뜨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봤겠지만, 업체와 티격태격한 일도 있고 해서 굽히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답이 오면 그때 대응하자 생각했다. 아마존에서 휴대폰을 다시 주문했다. 다른 업체에서 동일한 제품을 주문했다. 새 휴대폰이 도착할 때까지는 휴대폰 없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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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휴대폰이 도착했다. 버진미디어 SIM을 넣어 테스트해보니 잘 되었다. 버진미디어에 전화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번호 이동만 끝나면 이 지긋지긋한 휴대폰 문제는 끝날 것이다. 속이 다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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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터넷 전화가 동작하지 않았다. 안테너가 뜨는 걸로 봐서 와이파이 신호는 잘 잡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인터넷 업체를 토크토크로 바꾼 후부터 안 됐을 것이다. 인터넷 전화는 한국에 전화걸 때만 가끔씩 쓰다보니 그동안 전화가 안 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요금이 연체되어 끊긴 건가? 국제전화로 통신사에 물어봐야 하나? 어떻게 할까 생각만 하다가 며칠을 보냈다. 혹시 하는 마음에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검색어에 라우터 모델까지 넣어 검색을 해보니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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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휴대폰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정말 진저리가 났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내가 휴대폰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모된다고 불평했다.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 잘 확인해 봐라'며 무시했지만, 계속되는 불평에 뭔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내 구닥다리 핸드폰과 아내의 새 핸드폰을 실험해 비교해 보기로 했다. 두 휴대폰을 100% 충전한 다음 충전기를 제거하고 다음 날 아침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보았다. 내 휴대폰은 배터리가 96% 였는데 아내 핸드폰은 60% 수준이었다. 분명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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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마존에 연락했다. 아마존에서는 판매 업체에 먼저 접촉해 보라고 안내해 주었다. 판매 업체에 연락하니 삼성전자 고객센터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입한지 두 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했지만 앵무새처럼 고객센터에 문의하라는 답만 할 뿐이었다.

아마존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더니 상담자가 A-Z 클레임을 걸어 주었다. 클레임을 걸면 환불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럼 또 아마존에서 다시 휴대폰을 사야 하는데, 상황이 영 찝찝했다. 휴대폰 반품하고 새 휴대폰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판매 업체에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휴대폰 구매 금액을 전액 환불 받았지만 업체에서 휴대폰을 반품하라는 연락도 없었다. '며칠 지나면 연락 오겠지' 생각했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고, 휴대폰을 공짜로 구한 셈이 되었다.

이제 정말 끝이겠지... 제발 아내가 아무 문제 없이 휴대폰을 잘 써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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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잠 자고 있는데 아내가 급하게 나를 깨웠다. 아이폰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빨리 봐달라는 것이었다. 잠결에 보니 뭔가 사기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내가 빨리 하라고 보채서 개인 정보를 입력하다가... 질문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포기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아내 휴대폰으로 스팸 전화가 계속 왔다. 참다 못한 아내가 전화 번호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아, 정말... 이 놈의 휴대폰 문제는 정말 끝이 없구나...' 생각하며 통신사에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번호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SIM을 다시 보내야 한다며 6파운드 정도 비용이 든다고 했다. 젠장!

이상하게도 새 SIM을 요청한 후부터 스팸 전화가 뜸해졌다. 그냥 조금 참아볼 껄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어쨌든 이미 새 SIM을 요청했고 돈은 다음 달에 요금과 함께 청구될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싶었다. 이젠 돈 몇 푼 아끼는 것보다 제발 문제가 끝나기만 간절하게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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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가 지나도록 새 SIM이 도착하지 않았다. 버진미디어에 전화해 투덜거렸더니 이틀 안에 도착할 수 있게 특송으로 다시 보내준단다. 이번에는 예정된 날에 도착했다. 새 SIM 봉투를 열었더니 E-top up 카드가 함께 들어 있었다. 월정액 요금제인데 탑업 카드를 왜 보냈을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아무튼 전화 번호가 바뀌었고, 테스트 해보니 통화도 잘 되었다. 이제는 정말 모든 문제가 끝났겠지 생각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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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다시 투덜댔다. 밖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와이파이를 끄고 테스트해보니 정말 테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SIM을 보낼 때 버진미디어에서 뭔가 설정을 잘못 한 것 같았다. E-top up 카드가 함께 들어 있는 것과 연관있어 보였다.

버진미디어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더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휴대폰에서 데이터 네트워크 등록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알려준 대로 설정을 해도 여전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버진미디어에서 SIM을 다시 보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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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서 몇 시간 후에 보니 데이터 네트워크가 동작했다. '등록한 다음 제대로 동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나? 그럼 SIM 새로 받을 필요 없는데...' 지금 휴대폰 상자 안에는 버진미디어에서 받은 SIM만 몇 개가 있는지 모른다.

다행히 버진미디어에서 새 SIM을 보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보냈는데 지난 번처럼 중간에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새 SIM으로 바꾸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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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시작된 휴대폰 문제는 6월달이 돼서야 일단락 된 것 같다. 휴대폰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제발 또 다른 문제 없이 한 3년 정도 이 휴대폰을 잘 써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하드웨어에 돈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한 번 사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써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기기를 조심해 다루고 고장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아내는 나와 반대다. 자기는 컴퓨터도 그렇고 휴대폰도 그렇고 자기가 산 건 잘 고장난다고, 자기는 기계랑 친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기기를 험하게 다루는 것 같고, 그래서 고장도 잘 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지금 휴대폰은 공짜로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공짜로 휴대폰을 얻었다고 생각하니 꼭 불운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