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과 '육이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한국 전쟁'과 '육이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서 시작되어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으로 중단된 전쟁을 내가 어렸을 때는 '육이오 전쟁'(사변, 동란), 줄여서 '육이오'(6.25)라 불렀다. 해마다 6월25일이 되면 학교에서는 북한을 규탄하는 웅변대회나 글짓기 대회 같은 것을 했고, 방송국에서는 육이오 전쟁 관련 영화나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요즘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한국 전쟁'이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육이오 전쟁'이란 말 보다 '한국 전쟁'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어렴풋한 기억에는, 1980년대 중반 한 방송사에서 '한국 전쟁(Korean War)'이란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이후 '한국 전쟁'이란 말이 많이 쓰이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6.25 대신 '한국 전쟁'이란 말을 많이 쓴다.

외국 사람들이 Korean War(한국 전쟁)라 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 중에 그들이 알고 참전했던 전쟁은 6.25 전쟁뿐일테니. 미국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쟁을 하는 나라라면 전쟁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과 같은 식으로 '한국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6.25 전쟁을 '한국 전쟁'이라 하는 것은 이상하다.

요즘 신문, 방송을 보면 이들이 쓰는 표현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의심이 들때가 많다. 이미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의 말은 온갖 비속어와 외래어 표현이 난무해 본보기로 삼을 수 없다.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재미있으라고 그러는 거겠지' 이해를 하면서도 한 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뉴스나 신문 기사도 외래어, 외국어 표현이 난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바른 우리말 표현이 있는데도 영어나 외국어 표현을 무분별하게 섞어 쓰는 사람들은 똑똑해 보이지도 유식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들의 작태는 사대주의에 다름아니다.

'육이오(6.25) 전쟁' 올바른 말이다. 외국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Korean War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끼리 얘기할 때는 '육이오 전쟁'이라 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면 '육이오 전쟁'이란 말보다 '한국 전쟁'이란 말이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