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용어 사용과 신뢰도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정확한 용어 사용과 신뢰도

어떤 사람이 특정 분야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다음 두 가지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가?
  2.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가?

이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못한다면 나는 그 사람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된다. 즉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는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물어보는 족족 다 모른다고 하면 안되겠지만.

불공평한 기준일까? 이런 기준이라면 말 잘하는 사람에게만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설명을 들으며 나오는 용어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보충설명을 요구하면 결국 그 사람이 얼마나 아는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정말 잘 알고 있는데 그걸 말(또는 글)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뭔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내용도 어떤 사람은 아주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아주 어렵고 지루하게 설명한다. 설명하는 사람은 자신이 설명을 아주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영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설명 능력은 단시간에 쉽게 계발한 수 있는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이에 비해 두 번째 항목인 정확한 용어 사용은 노력하면 금방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물론 모든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노력 아닌가.

용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거나 용어의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전문성을 신뢰할 수 없다.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용어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건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PS: 학부때 용어 설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수 한 분이 계셨다. 그 분 과목 시험 문제에는'진동수', '주파수'와 같은 용어를 초등학교 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교수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교수님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교수님의 채점 기준은 지금도 납득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