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저희'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우리'와 '저희'

'우리'와 '저희'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다. 그런데 '저희'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저희'는 단순하게 '우리'의 낮춤말일 뿐 아니라 '우리'와 달리 듣는이를 포함하지 않는다. '저희'는 보통 높임말을 쓸 때 사용하는데, 듣는 이를 포함한다면 듣는 이까지 낮추는 것이 되고 높임말을 하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끼리 말할 때 '저희 나라'란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나라를 말할 때 호혜원칙에 따라 모든 나라는 평등하므로 '저희'로 낮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끼리 말할 대 '저희 나라'라 하면 듣는 이는 그 '저희'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대화를 생각해보자.

  • 가: 저희 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너무 급한 것 같아요. (×, '우리 나라'로 써야 함)
  • 나: 너네 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고? 너네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위 대화에서 '가'가 '저희 나라'라고 하면 듣는 사람인 '나'는 '가'가 말하는 '저희'에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 직원: 저희 회사는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 '우리 회사'로 써야 함)
  • 사장: 너네 회사는 분위기가 좋다고? 너네 회사는 어딘데?

위 두 대화에서는 모두 '우리'를 사용해야 한다. 듣는 사람도 그 '우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음 대화를 보며 '우리'와 '저희'를 언제 써야 할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대화가 작위적이지만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 학생1: 선생님, 저희들 왔어요.
  • 선생: 그내, 너희들 왔구나.
  • 학생2: 선생님, 이번 시험에서 우리 반이 다른 반보다 성적이 훨씬 좋으니까 약속대로 쏘세요.
  • 선생: 그래, 이번에 우리 반 성적이 많이 올랐으니 내가 쏴야 겠구나.

다음 대화도 역시 작위적이지만,

  • 팀원: 팀장님, 이번 일은 우리 팀이 맡는 게 어떨까요? (팀원이 자기 팀 팀장에게 말할 때)

팀원이 자기 팀 팀장에게 말할 때는 '우리 팀'이라고 해야 한다. '저희 팀'이라고 하면 그 팀에 팀장은 빠지는 것이 된다.

  • 팀장: 네, 사장님. 이번 일은 저희 팀이 맡겠습니다. (팀장이 사장에게 말할 때)

사장은 팀에 속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저희'라고 하는 것이 맞다. 다음 그림을 참고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저희' 사용 상황 다이어그램

아무때나 '우리'를 '저희'로 바꾼다고 예의바른 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우리'를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