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known knowns...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There are known knowns...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인용구를 발견했다. SQL Antipatterns 14장 Fear of the Unknown의 시작부분에 있는 인용문인데, 상당히 쉬운 영어로 오묘한 뜻을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There are known knowns; there are things we know we know. We also know there are known unknowns; that is to say we know there are some things we do not know. But there are also unknown unknowns -- the ones we don't know we don't know.

-- Former United States Secretary of Defense Donald Rumsfeld

그런데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다보니 여기에도 같은 문구가 인용된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번역문은 '알려진 기지수'니 '알려진 미지수'니 하는 어려운 말을 써서 원문의 재미있는 느낌은 다 없어져버렸다.

쉬운 영어 운동 본부(Plain English Campaign)는 럼스펠드의 이 발언에 대해 '2003년 횡설수설상(2003 Foot in Mouth Award)'을 수여했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p.232)

쉬운 영어 단어로 정확하게 뜻을 전달할 뿐 아니라 같은 단어나 구/절의 반복으로 묘한 운율과 함께 재미도 느껴져 상당히 잘 쓴 글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왜 횡설수설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조금 검색해보니 이에 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 거길 보니 제프리 풀럼(Geoffrey Pullum)이란 언어학자는 이 발언이 단순하고 직설적일뿐 아니라, 문법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수사적으로나 나무랄데 없다고 주장했다. 나도 이 의견에 동감한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다른 의견도 있는데 참조할 만 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아는 아는 것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알려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즉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다 또한 모르는 모르는 것, 즉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 전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좀 직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문에서 쉬운 영어로 표현한 것을 '미지수', '기지수'로 바꿔 번역한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말 안 쓰고 쉬운 말로만 더 멋지게 번역할 수 있다면 어떤 의견이든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