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컷터
담배값이 크게 인상되어 흡연자의 부담이 늘었지만, 주변에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중 회사 동료가 담배를 피우다 장초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태우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았을 때는 피운 부분까지만 잘라내 보관했다가 나중에 다시 피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 떠올린 것이 담배 컷터다. 시가(cigar)의 경우는 시가 컷터가 있어 태운 부분만 잘라내는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지금까지는 담배값이 싸서 담배를 잘라 보관했다 다시 피우는 것을 귀찮다고 생각했겠지만, 담배값이 많이 올랐으니 담배 컷터가 있으면 쓸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담배 컷터를 만들어 팔면 사업이 되겠는걸? 따라하기 쉬운 아이템이니까 초기에 적절히 팔고 빠지는 게 좋겠다는 전략까지 구상했다. 빨리 만들어 팔면 짭짤하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료에게 말했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숟가락을 얻으려 했다.
흡연자의 생각은 어떨까?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아이템이므로 흡연자의 반응이 중요했다.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전체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피우던 담배는 나중에 다시 못 피운다. 담배 필터에 냄새가 배기 때문인데, 나중에 다시 피우면 재털이 냄새가 나서 역겹다.
- 피웠던 담배를 담배갑에 넣어 보관하면 다른 담배에도 냄새가 배어 모두 못쓰게 된다.
담배를 태울 때 나는 냄새가 좋지 않지만, 흡연자들도 안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지만 실제 사용할 사람들에게는 유용하지 않았다.
담배값을 아낄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참을 수 있다는 사람도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흡연자가 사용할 제품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2015년도 첫 사업 구상이자 내 인생 첫 사업 구상은 물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