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육에 대해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국어 교육에 대해

출근길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공무원 시험 교재를 보며 공부하고 있었다. 곁눈으로 살펴봤는데 '반어법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이 있는 걸로 봐서 국어 교재인 듯 했다. 국어 교재를 보니 고등학교 때 국어 때문에 짜증났던 생각이 났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저런 걸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국어 공부를 저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국어는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특히 시를 배우는 시간이 고역이었다. 시에 나오는 단어나 표현이 무얼 상징하는지, 특정 표현이 비유법인지 은유법인지 등등 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인 것들을 배우며 오히려 시를 싫어하게 됐다. 국어 선생이 말하는 내용이, 참고서에 나오는 내용이 정말 시인이 의도한 것과 같을까? 시를 그런 식으로 분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 분석이 정말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의심스러웠지만 시험 문제를 맞추려면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내 의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되었다.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됐는데 기사 자체는 벌써 수년 전에 쓰인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수능에 자신이 쓴 시가 출제되었는데 자신도 문제를 맞출 수 없더라고 한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리 배워봤자 시를 쓰기는 커녕 제대로 감상할 능력조차 얻을 수 없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 소위 글 잘쓰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제대로 읽는 법,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기본적인 어법도 지키지 못한 글이 넘쳐난다. 글을 엉뚱하게 이해하고는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이 글을 잘 쓰지 못하니 다른 사람의 글을 무단으로 퍼 나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기자들조차 인터넷 글을 무단으로 전제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국어 교육은 언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글을 읽고 잘 이해하는 방법, 자신의 생각을 말 또는 글로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어란 언어를 통해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때까지도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공무원 시험 교재만 보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공통의 잣대로 수험자의 실력을 평가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마땅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평가에 주관적 요소가 개입된다면 대학 입학마져 비리로 얼룩질 것이다.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다.)

어디 국어 교육만의 문제이겠는가. 영어, 수학, 역사, 과학 모두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이런 과목을 배우고 나면 그나마 있던 흥미도 모두 사라진다. 나는 학교 교육에 부정적이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육은 쓸데 없는 지식만 강요할 뿐 학생의 능력을 계발하거나 꿈을 가지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고등학교를 거치고도 꿈과 열정을 갖고 있다면 그게 대단한 것이다. 내 자식에게는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싶지 않다. 쓸데 없는 지식을 쌓기만 보다는 올바르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르치고 싶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