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의 첫 운전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영국에서의 첫 운전

지난 일요일에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러나 차를 구입했다고 바로 운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단 자동차 세금을 내야 운행이 가능하다. 집에 차를 세울 공간이 없어 공영 주차장도 등록해야 했다. 자동차 보험도 들어야 했다. 결국 자동차는 구입 즉시 아는 분 집에 주차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닷새 동안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한 후에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에서 첫 운전을 하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서 느낀 순서대로 써 보면 다음과 같다.

  • 새로운 차의 여러 부가 기능 조작에 익숙하지 않다. 와이퍼, 전조등, 에어컨, 히터 등의 조작 스위치 위치가 다르다. 출발하기 전에 대략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운전 중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 새로운 차의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감도에 익숙하지 않다.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도 차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난감했다. 다행히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기어와 뒷거울이 왼쪽에 있다. 자동 기어 차량이라 기어가 왼쪽에 있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뒷거울이 왼쪽에 있는 것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운전 중 뒷거울 보기가 매우 불편했다. 또한 차가 차선 가운데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익숙해 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행히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는 한국 차와 동일하다.
  • 차선이 반대다. 좌회전, 우회전 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좌회전, 우회전 하가다 역주행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큰 길에서는 다른 자동차가 많아 실수할 우려가 적긴 하다. 차가 드문 한적한 길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 한국에는 없는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어려운 시스템은 아니다. 잠깐의 경험으로는 한국의 교차로보다 라운드어바웃이 나은 것 같다.
  • 거리 단위가 마일이고, 속도 단위도 mile/hour다. 계기판에 나오는 숫자,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거리 안내, 교통 안내판에 나오는 거리가 모두 마일 기준이다.
  • 내비게이션 안내가 영어로 나온다. 영국에서 사니 어쩔 수 없이 영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간단히 연수를 받은 후 윔블던에서 혼자 운전해 워킹 집까지 왔다. 집 근처까지 다 와서 주차장 입구를 못 찾아 조금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