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신비
거의 사무실과 집만 왔다갔다 한다. 전화를 거는 일은 별로 없고, 걸더라도 통화 시간이 짧다. 문자 메시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무실과 집에서는 와이파이를 마음껏 쓸 수 있다. 출퇴근 시간만 주의하면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 일은 없다.
한국에서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했을 때도 한 달에 24,000원 정도가 들었다. 이 요금제에는 한 달에 120분 통화, 200건(300건이었나?)의 문자, 1GB의 데이터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내게는 과분한 양이었다.
누적 통화 시간이 한 달에 60분도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월말 쯤 남는 통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남는 통화 시간도 활용하고 평소 연락하지 못하던 지인에게 연락도 하고 일석이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료 통화 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요금을 깍아주거나 무료 시간을 다음 달로 이월해주는 통신사는 없었다.
텔레그램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니 문자 서비스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휴대폰에서 문자를 입력하는 것 보다는 키보드로 메시지를 입력하는 게 훨씬 편하다. 기본 요금에 포함된 문자를 모두 소진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퇴근할 때 내가 어디까지 갔는지 진행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전철역을 지날 때마다 집에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바쁜다 자꾸 문자 보내 신경쓰이게 한다'는 짜증스런 반응을 받았을 뿐이다.
데이터는 조금 애매하다. 어떤 달에는 회사와 집에서 와이파이만 써서 데이터가 펑펑 남아돌기도 하다가 출퇴근 시간에 인터넷을 많이 보면 모자라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 제공량을 못 채워서 억울했던 적은 많지만 과도하게 사용해 요금 폭탄은 맞은 적은 없다. 데이터 사용은 사용량을 봐가며 통제할 수 있었다.
다른 요금제를 알아보기 귀찮아 처음 도착했을 때 사용하던 PAYG(Pay As You Go)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일정 금액을 충전한 후 충전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중간에 언제든 원하는 만츰 충전(Top-up)할 수 있다. 요금도 그리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사용하는 통신사의 요금은 다음과 같다.
- 통화 1분당 3p
- 문자 1건당 2p
- 데이터 1MB당 1p
10초당 요금으로 환산하면 8원(KRW)정도로 한국의 어느 통신요금과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 문자 요금도 1건당 33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 데이터는 1GB를 사용하면 £10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느려터진 영국의 네트워크 속도를 감안하면 비싼 느낌이 들긴 한다. 그러나 내 생활 패턴에서 문자와 데이터 요금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최소의 비용으로 휴대폰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된다. 지하철 역이나 기차에서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어, 데이터를 사용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속도도 느려 터진데다 접속이 안 되는 경우도 많지만, 메일이나 트위터 메시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한 가지 불만은 통화 과금 단위가 한국처럼 10초 단위가 아니라 1분 단위라는 점이다. 즉 61초를 사용하면 2분 요금을 내야 한다. 대부분의 통화가 10초~20초 사이라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문제도 회피할 수 있다. 통화 대부분이 퇴근 전 집에 '회사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므로, 회사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보이스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다든가, 아이 학교에 전화를 건다든가, 아니면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통화를 해야 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통신비가 들지 않는다. 최대로 아낀다면 £10로 몇 달을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여기 저기 전화할 곳이 많아 한 달에 £10 정도 썼지만, 지금은 £10을 충전한지 두 달이 됐는데 £5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간다면 £10으로 네 달을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한달 평균 요금이 £2.5(=4,135.7원)으로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