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운전면허 교환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영국 운전면허 교환

국제운전면허증이 있다면 영국에서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국제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간 영국에 체류하며 운전하려면 영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주 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의 영국 운전면허증 교환안내에 영국 운전면허증 교환 요건 및 절차가 자세히 나와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알고 나면 별것 아니지만 알기 전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그런 것들)로 바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내 발목을 잡은 것은 Postal Order였다. 대사관 안내 페이지에 수수료는 Postal Order로만 받는다고 되어 있었다. DVLA는 Postal Order 또는 Cheque를 받는다고 되어 있었다. Cheque는 수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수표책을 받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몰라 썩히고 있다. 대사관에 운전면허증 번역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Postal Order로 수수료를 함께 보내야 하는데, Postal Order가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서 며칠을 미루었다. 인터넷에서 겨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전신환 비슷한 것으로 우체국을 통해 돈을 지불하는 방법이었다. 우체국에 가서 수수료를 Postal Order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면 우체국 직원이 나머지 필요 사항을 처리해 준다. 지불할 금액 외에 약간의 수수료가 붙는다. 직접 해보니 어렵거나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 다음 나를 고민하게 한 것은 거주민 조건이었다. Exchange a foreign driving licence를 보면 간단한 질문을 통해 외국 운전면허증을 영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설명이 있는데, 첫 질문이 '영국 거주민인가?'였다. '보통 현재 주소지에서 185일 이상 살고 있다면 거주민'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었는데, 그 때는 영국에 도착한지 겨우 세 달 정도 된 상태였다. 이것 때문에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또 며칠을 미루었다. 혹시나 해서 보험사에 물어봤더니 다들 아무 문제 없이 교환한다고 답했다. 옆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거주 일수가 모자라 운전면허증을 바로 교환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운전면허증 교환을 연기하거나 수수료를 환불해 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주영 대한민국 대사관에 운전면허증 번역을 신청 시 운전면허증(원본)도 함께 보내야 한다. 혹시라도 우편이 분실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배송 상태 조회/추적이 가능한 Special Delivery로 보내야 하는데, 비용이 꽤 비싸다. 아내 운전면허증도 함께 교환해야 했는데, 편지 봉투 하나에 내 것과 아내 것을 함께 보내면 우편 요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며칠 고민하다가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그렇게 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렇게 해도 된다'며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영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받기 위해 DVLA에 여권과 운전면허증, 운전면허 번역본, 운전면허 교환 신청서 등을 보내야 하는데, 대사관에 보냈던 것처럼 한 봉투에 보낼 수 있다면 우편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영국 공무원도 융통성을 보일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껏 겪은 바로는 영국 사람들의 일처리가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아 안심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팀 매니저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일처리 하는 사람이 혼동할 수도 있으니 그냥 따로 보내는 게 안전하겠다'고 답했다. 혹시라도 DVLA에서 실수한다면 비용과 시간이 더 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우편으로 DVLA에 운전면허 교환 신청서 및 필요 서류를 보내고 나서 2주 정도 지나니 우편으로 DVLA에서 답장이 왔다. 신청 시 보냈던 여권이 돌아왔고,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니 기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보통 3주 정도 걸린다고 들었고 그때 운전면허증과 여권 등을 보내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3주 이상 기다릴 참이었는데, 이렇게 여권을 먼저 돌려보내주면서 양해를 구하는 것을 보고 DVLA에 호감이 생겼다. 그리고 한 주가 더 지나 영국 운전면허증이 집에 도착했다. 내 망설임과 게으름만 아니었다면 훨씬 빨리 영국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타

영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할 때 제출했던 한국 운전면허증은 돌려주지 않는다. 한국에 가서 운전하려면 영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DVLA는 제출된 한국 운전면허증을 한국의 주소지 관할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반환된 운전면허증을 되찾아도 될 것 같다. 도로교통공단 e-운전면허에서 반환된 운전면허증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