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라인 네트워크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파워라인 네트워크

집에 있을 때는 맨 끝방에서 일한다. 끝방에 있을 때, 인터넷 라우터와 랩탑 사이의 직선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벽을 두 번 (방 안쪽에 있으면 세 번)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신호가 약하고 수시로 연결이 끊긴다. 끝방에서 인터넷 라우터에 직접 붙어 사용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와이파이 익스텐더(extender)의 도움을 받았다. 집 구조 상 익스텐더를 설치할 위치 또한 애매했고, 인터넷 라우터와 익스텐더 사이도 거리만 줄었을 뿐 벽은 여전히 두 번 통과해야 했다. 익스텐더 최대 속도는 300Mbps지만 실제 속도는 10~30Mbps가 나올까말까였다.

그 정도 속도라도 열결만 안정적이면 크게 문제는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연결이 자꾸 끊겼다. 익스텐더를 리셋하면 한동안 괜찮았지만, 리셋이 필요한 경우가 점점 잦아졌고, 일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처음 생각한 것은 인터넷 라우터 위치를 옮기는 것이었다. 인터넷 라우터를 끝방으로 옮기려면 업체 기사를 불러 배선 공사를 다시해야 하고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거실에서 인터넷 사용하는 다른 식구들에게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익스텐더를 바꿔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사용하던 익스텐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익스텐더를 어디에 설치하든 벽을 인터넷 라우터 사이에 벽을 두 번 통과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새 것으로 바꾼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 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익스텐더를 끝방에 놓고 인터넷 라우터와 이더넷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다. 다만 복도 바닥에 케이블이 굴러다니지 않게 하려니 골치가 아팠다. 끝방까지는 문을 두 개나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도 아닌 내가 깔끔하게 선을 정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케이블을 실외로 빼는 방법도 생각해봤다. 끝방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인터넷 라우터에 연결된 이더넷 케이블을 밖으로 빼서 외벽을 통해 다시 끝방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벽에 구멍을 뚫는 건 내가 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괜히 잘못하다 집을 망칠 수 있다.

이렇게 속앓이만 하다가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끝방에서 일을 하다 매니저와 면담 시간이 되었다.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해져 맥북을 들고 거실로 옮긴 후, 홈 네티워크 문제를 투덜거렸더니 매니져거 파워라인 네트워크를 알려주었다.

기존 전기 배선으로 네트워크 신호를 주고 받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된다면 내 고민이 말끔히 해결될 것이다. 바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파워라인 와이파이 킷은 두 개 장치로 구성된다. 인터넷 라우터의 네트워트 신호를 전선으로 보내는 장치와, 전선에서 신호를 잡아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

전선 상태에 따라 속도 편차가 크다고 한다. 우리 집은 지은 지 꽤 되었다. 전선 상태는 솔직히 얼마나 좋은지, 네트워크 속도가 얼마나 나올지, 과연 제대로 되기나 할 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하고 아마존에서 파워라인 어댑터를 주문했다. 최악의 경우 환불하면 될 것이다.

드디어 파워라인 어댑터가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결을 마친 후 네트워크 속도를 확인해 보았다. 예전에 익스텐더를 사용했을 때는 30Mbps를 넘기기 힘들었는데, 파워라인 익스텐더로 연결하니 100Mbps를 가뿐히 넘는다. 잘 나올 때는 200Mbps도 넘게 나온다.

어떨 때는 30Mbps 정도로 속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연결이 끊기는 일은 없다. 속도가 들쑥날쑥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골머리를 썪이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덤으로, 끝방 밖 벽에 붙어있는 보안 카메라도 안정적으로 네트워크 연결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