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컴퓨터가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독서

오래간만에 가든 오피스에 가서 책을 뒤적였다. 집에 공간이 부족해 올해 초 모든 책꽂이를 가든 오피스로 옮겼다. 가든 오피스의 두 벽면을 책꽂이로 채웠지만, 대부분 아이들 책과 아내 음악책으로 책으로 채워져 있다. 내 책을 위한 공간은 겨우 두 칸 뿐이다.

가든 오피스에 가려면 신발을 신고 뒷마당을 가로질러야 한다. 뒷마당이 넓어서 가든 오피스가 엄청 멀리 있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가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들리기엔 에너지가 필요하다.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 할 때는 거기서 일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갈 일이 없었다.

나는 내 서재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모든 벽을 책꽂이로 둘러싸고 방 가운데 테이블이 있는... 그런 꿈을 이루기에는 내 벌이가 충분하지 못했다. 아내는 책으로 가득차 있는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공간을 만드려면 아마도 방이 3개는 더 있어야 할텐데, 지금 경제 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 저 책 꺼내보며 잠깐 회상했다. 예전에는 책을 좋아했고 시간 낭비하는 것을 싫어했다.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읽었다. 버스나 전철을 기다릴 때, 전철을 타고 이동할 때, 친구를 기다릴 때 책을 읽었다. 이런 습관을 꽤 유지했고, 한창 많이 있던 때엔 1년에 사오 십권의 책을 읽었다.

언제부터였는지 트위터, 유튜브 같은 것들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책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 이제는 1년에 열권 남짓 읽을 뿐이다. 독서량이 급감한 시기를 보니 영국으로 온 때와 일치한다. 여기서는 한국 책을 쉽게 살 수 없어 집에 있는 책만 계속 반복해 읽을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리고 집에 남아있는 책들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새로운 흥미거리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독서에 대한 열정은 식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영어 책을 읽지만, 속도보다 한국어 책을 읽을 때보다 몇 배는 느리다.

전자책을 활용한다면 외국에서도 한국 책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믿음이 가는 전자책 제공 업체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출판사가 아마존에서 킨들로 볼 수 있도록 하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시장이 작아서인지 관심을 가지는 출판사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가끔씩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 가는 것을 즐겼다. 어떤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어떤 책이 인기인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책이 여전히 서점 책꽂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영국에 온 후로 그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 여기도 서점이 있지만, 교보문고와 같은 큰 서점은 못 봤다. 서점에 가도 모두 영어책 뿐이다. 여기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외국어일 뿐이다. 서점에서 가끔씩 흥미로운 책을 발견해 구입하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에너지를 얻지는 못한다.

나는 종이책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가급적 전자책(킨들 용)을 구입한다. 일단 책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 책꽂이는 이미 꽉 찼고, 책을 쌓아놓을 공간이 없다. 결정적으로 아내는 책 쌓아두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이제 종이책을 사는 것도 책을 보관할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부자들의 사치란 생각이 든다.

다른 이유는 눈 때문이다. 지금도 안경을 쓰지는 않지만, 시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 영어책은 한글책보다 글씨가 더 작아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영어로 읽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글씨까지 안 보이니 짜증이 치밀 수밖에. 전자책에서는 글꼴을 크게해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최근 트위터에 보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트위터를 자주 열어보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허비하긴 하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제목에 낚이는 것도 질렸고 광고도 짜증나고. 어쩌면 나쁜 습관을 끊어내고 좋은 습관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